주변에서 “국민연금은 부부가 같이 받으면 손해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한 사람만 벌던 시절의 습관 때문인지, 부부가 나란히 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왠지 어느 한쪽은 깎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보건복지부는 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가 나이가 들어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못할 경우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지급”하는 급여로 설명합니다. 이 정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배우자의 수급 여부가 끼어들 자리가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부부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사실을 단정적으로 결론짓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어떻게 다른지,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어떤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리고 부부가 함께 연금을 준비할 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제도는 무엇인지를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을 받으면 정말 깎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부부가 둘 다 받는다고 해서 서로 깎이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본인이 낸 보험료와 가입기간에 비례해 급여가 산정되는 사회보험이라, 배우자가 연금을 받든 안 받든 본인의 노령연금은 전액 그대로 지급됩니다.
부부가 각자 10년 이상 가입했다면, 두 사람 모두 평생 매달 자기 몫의 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어찌 보면 이것이야말로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듯 가구 소득을 두 배로 만드는 효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부부가 받으면 깎인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이는 국민연금이 아니라 기초연금 이야기가 국민연금으로 잘못 옮겨간 경우가 많습니다. 두 제도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설계 원리 자체가 다른 별개의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무엇이 다를까요
국민연금은 본인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는 사회보험이고,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조세 기반의 노후소득 보장제도입니다. 이 출발점의 차이가 부부 수급 방식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기초연금 — 부부감액 20%의 실체
기초연금은 부부가 함께 수급하면 “혼자 살 때보다 생활비가 덜 든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로 각자 연금액의 20%를 감액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에는 없는, 기초연금만의 고유한 조정 방식입니다.
이 20% 부부감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자는 논의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다만 그 속도를 두고는 입장이 갈립니다. 정부안은 소득 하위 40%부터 단계적으로 낮춰 2027년 15%, 2030년 10%까지 완만하게 축소하자는 쪽이고, 국회 발의안은 2026년 10%, 2027년 5%, 2028년 전면 폐지라는 더 빠른 일정을 담고 있습니다.
두 안 모두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실제로 적용되는 부부감액률은 여전히 20%라는 점을, 성급하게 “곧 없어진다”고 단정하지 않고 짚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사이, 또 하나의 감액이 있습니다
기초연금에는 부부감액 말고도 “연계감액”이라는 규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일정 수준 이상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이 추가로 줄어드는 방식인데, 이 역시 국민연금 자체가 깎이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2026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급여금액(A급여액)이 월 262,270원을 넘고, 국민연금 급여액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349,700원)의 150%인 524,550원을 초과하면 연계감액이 발생합니다. 다만 아무리 감액되어도 기초연금액의 최소 50% 수준은 보장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부부가 둘 다 국민연금 수급자라면 각자 이 연계감액을 적용받을 수는 있지만, 이것 역시 “국민연금을 오래·많이 낸 사람이 기초연금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다”는 별개의 쟁점일 뿐입니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자체가 부부이기 때문에 깎이는 일은 없습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부부가 모두 생존해 있을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중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국민연금법 제56조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같은 국민연금의 대표 급여를 한 사람에게 중복 지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부부가 각자 노령연금을 받던 중 한쪽이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에게는 본인의 노령연금과 사망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이라는 두 가지 수급권이 동시에 생기지만, 원칙적으로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유족연금 지급률은 사망한 배우자의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10년 미만)에서 60%(20년 이상) 사이로 정해지며, 유족연금액은 사망한 사람이 받던 노령연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 노령연금을 선택한다고 해서 유족연금을 그냥 잃는 것은 아닙니다. 유족연금액의 30%를 추가로 얹어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30%라는 중복지급률은 2016년 12월 이전에는 20%였다가 이후 상향된 수치입니다.
실제 선택 흐름을 보면, 2007년 법 개정으로 중복지급 30%가 도입된 이후 유족연금을 먼저 받다가 노령연금 수급권을 얻은 사람의 90% 이상이 본인의 노령연금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노령연금을 받던 사람이 유족연금 수급권을 새로 얻었을 때도 약 75%가 본인 노령연금 쪽을 유지합니다. 2007년 이전에는 각각 60~70%, 50~60% 수준이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선택의 무게 중심이 확실히 옮겨온 셈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계산에 밝아져서가 아니라, 30%라는 중복지급률이 생기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30%라는 수치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립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중복지급률이 50%인 것과 비교하면 국민연금 쪽이 낮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지적이 얼마나 타당한지, 반대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재정 구조 차이를 근거로 한 반론은 없는지는 이번 정리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30%가 낮다, 높다”를 단정하기보다는, 그런 논란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우선 알아두시는 편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숫자로 보는 부부 국민연금의 현실
이야기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받는 가구는 얼마나 될까요.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부부가 모두 노령연금을 받는 가구는 93만 853쌍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28.5%를 차지합니다. 2020년 42만 8천 쌍이던 것이 2022년 62만 5천 쌍, 2024년 78만 3천 쌍을 거쳐 6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부부 합산 평균 연금액도 함께 늘었습니다. 월 120만 원으로, 2020년(월 81만 원)과 비교하면 약 1.5배 늘어난 셈입니다. “맞벌이 연금”이라는 말이 통계로도 조금씩 뒷받침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이 숫자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부 합산 월 100만 원 미만이 42만 2,226쌍, 100만~200만 원 미만이 40만 6,593쌍으로, 두 구간을 합치면 전체의 약 89%에 이릅니다.
절대다수의 부부 수급자는 아직 월 200만 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월 300만 원 이상은 6,636쌍, 월 500만 원 이상은 단 5쌍에 그칩니다.
맞벌이 연금 효과, 이렇게 키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구조를 알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부부가 함께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몇 가지 제도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도 임의가입해보기
배우자가 전업주부이거나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임의가입으로 자기 명의의 연금 수급권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26년 기준 임의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을 최저 100만 원에서 최고 637만 원 사이에서 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월 최소보험료는 9만 5,000원, 최대보험료는 60만 5,150원입니다.
추후납부로 비어 있던 가입기간 채우기
과거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기간, 혹은 무소득 배우자로 분류돼 적용에서 제외됐던 기간이 있다면, 지금 소득신고 중이거나 임의(계속)가입 중인 경우 그 기간을 추후납부(추납)로 채워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1988년 1월 이후의 군복무 기간도 추납 대상에 포함됩니다.
보험료는 신청일이 속한 달의 기준소득월액에 납부 개월수를 곱해 산정하며, 임의가입자라면 2026년 기준 A값인 월 3,193,511원을 상한으로 적용받습니다. 일시납이 부담스럽다면 최대 60회까지 나눠 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추납 제도는 “단 한 달만 실제로 가입하고 나머지 119개월치를 한꺼번에 채워 최소 가입기간(10년)을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되어 온 허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당국은 실제 납부 기간과 추납 가능 기간을 연동하거나, 일정 기간 이상 실제로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만 추납을 허용하는 방향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민연금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조건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금 받는 시기를 부부가 나눠 가져가기
국민연금은 수령 시기를 1년 늦출 때마다 월 0.6%, 연 7.2%씩 증액되는 연기연금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부부 중 연금액이 더 큰 쪽의 수령을 조금 늦추면, 생존해 있는 동안의 수령액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배우자가 받을 유족연금(사망자의 가입기간 기준으로 산정)도 함께 커진다는 이야기가 여러 재무 콘텐츠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연기연금 제도 자체는 국민연금법에 명시된 공식 제도이지만, 이를 “부부 팀플레이”처럼 조합해 활용하는 전략은 개별 재무 콘텐츠들의 해설에 가깝다는 점은 구분해서 받아들이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이런 전략들이 공통으로 딛고 있는 전제, 즉 “부부가 각자 가입해 각자의 노령연금을 100% 받는 것” 자체는 국민연금 구조상 당연히 보장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의 대국민 홍보 채널도 “맞벌이라고 해서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안내를 내놓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달라진 것들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부부의 미래 연금액에 영향을 줄 만한 제도 변화도 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202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2007년 이후 18년 만의 모수개혁으로 평가 받는 변화입니다.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13%까지 오르되, 한 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됩니다. 2026년 기준 보험료율은 9.5%입니다.
소득대체율은 단계적 인상 없이 2026년부터 곧바로 43%로 올랐습니다.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책임을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에 함께 담겼습니다.
이 개정 내용 자체가 “부부 맞벌이 연금”의 핵심은 아니지만, 부부가 앞으로 낼 보험료와 받게 될 연금 수준을 함께 좌우하는 배경이라는 점에서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부부가 함께 받는다고 해서 서로 깎이는 제도가 아닙니다. 깎이는 것은 기초연금 쪽의 부부감액이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사이에는 연계감액이라는 또 다른 조정이 따로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준비하는 일이 곧바로 넉넉한 노후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부부 수급자 10쌍 중 9쌍은 아직 합산 월 200만 원의 벽 앞에 있습니다. 하지만 임의가입, 추후납부, 연기연금처럼 이미 마련되어 있는 제도를 부부가 함께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벽은 조금씩 낮아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