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감정 롤러코스터,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시기, 갱년기는 신체 증상과 감정 변화가 함께 찾아오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갱년기를 “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는 시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면홍조나 불면증 같은 신체 증상만 잘 넘기면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피로감, 짜증, 집중력 저하 같은 기분·인지 관련 증상이 안면홍조보다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몸의 변화보다 마음의 변화가 먼저, 혹은 더 크게 다가오는 분들도 적지 않은 셈입니다.

이 글은 갱년기를 겪는 분들께 정답이나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갱년기의 신체 증상과 감정 변화가 왜 함께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감정 변화를 어떻게 다뤄볼 수 있는지를 차분히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갱년기

갱년기는 대체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요

갱년기는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줄어드는 이행기를 말합니다. 평균 폐경 연령은 51~52세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갱년기로 볼 것인지는 자료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는 “생리가 완전히 중단된 후 약 1년까지”를 갱년기로 좁게 설명하는 반면, 분당서울대병원 자료는 “폐경에 이르기 전 2~8년”에 걸친 이행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해외 자료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증상이 평균 7년,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세 기관의 구체적인 연수 표현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폐경 전후 수년에 걸쳐 몸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하는 시기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나는 왜 이렇게 오래 힘든 걸까”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이 이행기 자체가 원래 짧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들

갱년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안면홍조일 것입니다. 실제로 갱년기 여성의 약 90%가 안면홍조를 경험하며, 이 중 약 60%는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열성 홍조와 발한을 겪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몸의 변화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여성호르몬 결핍이 길어지면 질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건조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재발성 질염이나 가려움, 성교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관절통, 두통, 어지러움, 유방통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고, 피부·눈·입이 건조해지거나 심계항진(두근거림), 체중 증가, 탈모, 급한 요의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야간 발한으로 인한 수면장애도 흔한 신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을 못 잤다”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날의 기분 저하, 짜증,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폐경 후 60세까지 골밀도가 평균 약 25% 줄어들어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습니다. 국내 자료는 치매 발생 위험 상승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 호르몬에 있습니다

갱년기에 감정이 오르내리는 것은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가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뇌 전반, 특히 기분 조절과 관련된 영역에 널리 분포된 수용체에 작용합니다. 폐경 전환기에 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크게 요동치면서 기분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기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시상하부의 에스트로겐 감소는 안면홍조·야한증·불면증을 일으키고, 해마의 에스트로겐 수용체 변화는 기억·인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편도체와 전전두피질을 잇는 경로에서 도파민·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서 기분이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항불안·항염증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프로게스테론 역시 함께 줄어드는데, 이것이 공황발작이나 통제되지 않는 울음 같은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병원 자료들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습니다. 여성호르몬이 세로토닌·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조절하는데, 에스트로겐 감소가 세로토닌의 분비와 수용체 기능을 떨어뜨려 우울감·불안감을 높이고, 도파민 감소는 의욕 저하와 무력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정 변화가 꼭 호르몬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안면홍조 같은 체온 조절 불안정, 체중 증가, 성욕 저하 같은 신체 증상 자체가 불안과 우울을 유발하기도 하고, 수면장애가 기분과 사고의 명료함을 흐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기에 노부모 돌봄, 자녀의 독립, 직장 내 역할 변화, 그리고 폐경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까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요즘 부쩍 짜증이 늘고 눈물이 많아졌다면, 마음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몸과 상황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흔한 일입니다

혼자만 유독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수치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8월 발표된 978명 여성 대상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기분·인지 관련 증상은 매우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피로와 에너지 부족을 겪은 비율이 96%, 기억력 문제 93%, 집중력 어려움 91%, 짜증 90%, 긴장과 신경과민이 90%에 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인지·기분 증상이 오히려 안면홍조나 야한증보다 더 흔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자료에 따르면 갱년기 우울증 유병률은 연구에 따라 최대 40%에 이른다고 하며, 매년 약 200만 명의 미국 여성이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이 시기 장기적인 우울증·기분장애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자료 역시 갱년기 여성 3명 중 1명꼴로 피로감, 우울감, 불안감, 기억력 감퇴, 배뇨장애, 수면장애 같은 더 심한 증상을 겪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성이 폐경 전환기와 폐경 직후 몇 년간 우울증에 특히 취약해진다는 “취약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 이론도 있습니다. 특히 인생 초기에 우울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시기에 더 위험군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불안장애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유병률이 높은데, 안면홍조가 불안을 악화시키거나 반대로 불안이 안면홍조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지금 겪고 있는 감정 기복은 예민함이나 성격 탓이 아니라 이 시기 대부분의 여성이 마주하는 흔한 경험일 수 있습니다.

갱년기

감정 변화, 어떻게 다뤄볼 수 있을까요

원인을 알았다면, 이제 이 감정 변화를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대처법은 크게 병원 치료, 심리 상담, 생활습관 개선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병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호르몬 대체요법(HRT)은 줄어든 에스트로겐을 단독으로, 또는 프로게스테론·프로게스틴과 함께 보충하는 치료입니다. 안면홍조 같은 신체 증상뿐 아니라 호르몬 변동을 안정시켜 정신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러 자료가 공통적으로 설명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호르몬 치료 후 3개월 안에 심각한 저기분은 69%, 불안 발작은 61% 개선되었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함께 언급됩니다.

다만 호르몬 대체요법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병원 자료들은 HRT를 골다공증 예방과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표준 치료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편입니다.

반면 하버드 의과대학 자료는, 2002년 발표된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의 유방암 위험 증가 결과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도되면서 처방을 꺼리는 의사와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가 늘고, 보험 보장도 불충분해진 상황을 지적합니다.

실제 위험은 유방암 위험이 약 2배, 연간 12,000명당 1명 수준으로 늘어나는 정도라고 하며, 최근에는 에스트로겐 패치나 바이오동일 호르몬처럼 더 안전한 제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즉 HRT가 무조건 위험하다거나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개개인의 상태에 맞춰 의료진과 함께 득실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수면장애나 불안, 무기력이 심한 경우에는 SSRI·SNRI 계열 항우울제나 가바펜틴 같은 비호르몬 약물이 쓰이기도 합니다. 안면홍조 치료를 위한 비호르몬 약제도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물들의 효과에 대해서도 자료마다 온도차가 있습니다.

일부 자료는 이런 약물이 갱년기 우울·불안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지만, 하버드 자료는 상당수 연구에서 갱년기 우울증·불안증이 이런 약물에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항우울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호르몬 상태에 대한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가볍지 않다면, 산부인과와 정신건강의학과를 함께 방문해 호르몬 상태와 정신건강을 동시에 평가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상담과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CBT)는 갱년기와 관련된 우울·불안·성적 문제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여러 자료가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CBT와 함께 최면요법도 비호르몬 대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는 지지 집단에 참여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제시됩니다.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이런 자리를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감정을 다독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이상, 1회 30분 이상 해보는 것, 그리고 요가나 명상을 곁들이는 것은 세로토닌 분비를 돕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권장됩니다. 얇은 옷을 겹쳐 입거나 서늘한 환경을 유지하는 온도 관리, 맵고 자극적인 음식과 카페인을 줄이는 것도 안면홍조와 발한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단관리 측면에서는 두부, 된장 같은 콩류와 렌틸, 아마씨처럼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식품, 그리고 단백질과 오메가-3가 풍부한 식단, 지중해식 식단이 권장됩니다.

인지기능 관리를 위해서는 폭넓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오메가-3와 비타민을 챙기고, 금연·절주와 함께 혈압·당뇨·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다행히 알츠하이머병 발병 자체는 드물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기억력 저하로 인해 혹시 치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미묘한 수준이라고 하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1~2년 간격의 정기적인 유방·부인과 검진도 함께 챙겨두면 좋은 관리 항목입니다.

갱년기

남성 갱년기와는 다릅니다

참고로 짚어두자면, 남성에게도 갱년기(안드로포즈)가 있습니다. 중년 이후 테스토스테론이 점차 줄어들면서 성욕 저하, 발기력 감소, 피로감, 의욕 상실, 우울감과 감정 기복, 근력 약화, 복부비만 증가,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원인은 주로 노화이며, 비만·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과 스트레스, 음주, 수면장애, 특정 약물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 갱년기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호르몬 자체가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으로 다르고, 여성은 폐경 이후 비교적 급속하게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남성은 서서히 진행되어 본인도 모르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은 생식능력이 완전히 소멸되지만, 남성은 생식능력이 저하될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마치며

갱년기의 신체 증상과 감정 변화는 따로 떨어진 두 가지 일이 아니라, 하나의 호르몬 변화에서 함께 뻗어 나온 결과에 가깝습니다.

짜증이 늘고 눈물이 많아지고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무거워진다면, 그것은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몸 안의 호르몬이 뇌에 보내는 신호가 달라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호르몬 치료든, 상담이든, 운동과 식습관 같은 작은 변화든, 이 시기를 지나는 방법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감정 변화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씩 시도해보면, 흔들리던 마음의 결이 조금 더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조금 더 귀 기울여주는 것, 그것이 이 시기를 지나는 안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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