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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명 늘리는 법, 오래 살기보다 아프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이유

건강수명

기대수명 83.7년, 건강수명 65.5년. 그 사이에 놓인 18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오래 사는 것 자체를 좋은 삶의 지표로 생각합니다. 몇 살까지 살았는지, 평균 수명이 몇 년 늘었는지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오래 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같은 기간을 살아도 그 안에서 아픈 채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청이 2025년 12월 발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7년이지만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은 65.5년에 그칩니다. 인생의 마지막 18년 남짓을 질병이나 장애를 안고 보내는 셈입니다.

이 글은 이 격차가 왜 생기는지, 그리고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무엇을 챙길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정답이나 확실한 해법을 제시하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발표된 통계와 연구들을 바탕으로, 아프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챙기는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기대수명 83.7년, 건강수명 65.5년 — 그 사이 18년

숫자로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청이 2025년 12월 3일 발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4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전년보다 0.2년 늘었습니다. 반면 건강수명은 65.5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기대수명의 약 21%, 18.2년을 질병을 앓으며 보내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성별로 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남성은 생애의 79.9%를, 여성은 76.7%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아픈 기간의 비중은 오히려 여성 쪽이 더 큰 것입니다.

주요 질환이 사라진다면 기대수명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함께 계산됐습니다. 사망원인의 19.5%를 차지하는 암이 없어진다면 3.3년, 심장질환(10%)이 없어진다면 1.2년, 폐렴(10.2%)이 없어진다면 1년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결국 무병장수의 열쇠는 몇 가지 질환에 상당 부분 쥐어져 있는 셈입니다.

다만 전 국민 의료서비스 확대로 병원 방문 자체가 늘어난 것도 유병 기간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되기도 합니다. 병원에 더 많이, 더 자주 가게 된 것이 곧 더 아파졌다는 뜻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래 사는 나라는 맞지만, 건강하게 사는 나라는 아직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장수 국가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OECD 국가 중 6위입니다. 1위 스위스(84.3세), 2위 일본(84.1세)에 이어 OECD 평균(81.1년)보다 2.4년이나 높습니다.

건강수명(HALE)의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한국의 건강수명은 2000년 66.6세에서 2021년 72.5세로 21년간 5.9년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7.6년이 늘었으니, 건강수명이 기대수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2019년 이후로는 건강수명 자체가 정체된 상태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건강수명 수치는 발표 기관과 산정 연도, 산정 방식에 따라 꽤 차이가 납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최신 방식으로는 65.5세지만, 2021년 기준 다른 산정에서는 70.51세, OECD의 HALE 방법론으로는 72.5세로 계산되기도 합니다.

어느 숫자가 정답이라기보다는, 기관·방식에 따라 6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까지 편차가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든 한 가지는 공통적입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를 건강수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수명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은 결국 같은 문제가 아니라 별개의 과제일 수 있습니다.

무병장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 만성질환

그렇다면 이 18년의 격차를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질병관리청이 2025년 12월 29일 발표한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24년 만성질환(비감염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28만 2천 명으로 전체 사망의 78.8%를 차지합니다. 사망원인 1위입니다.

10대 사망원인을 보면 암(88,933명), 심장질환(33,539명), 폐렴(30,103명), 뇌혈관질환(24,612명) 순입니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90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0.3%를 차지하는데, 단일 질환 중에서는 본태성 고혈압이 4.5조원으로 가장 많은 진료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태성 고혈압이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확장기) 혈압 90mmHg 이상인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으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90~95%나 된다고 합니다.

최근 조사 기준 주요 만성질환 유병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20.0% (전년 대비 2.1%p 감소)
  • 당뇨병 9.4% (변화 미미)
  • 고콜레스테롤혈증 20.9% (감소 추세)
  • 비만 37.2% (정체 상태)

건강위험요인 쪽은 조금 걱정스러운 신호도 있습니다.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23.9%로 전년 대비 1.8%p 늘었고,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52.5%로 소폭 줄었습니다.

만성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실은 오랜 시간 쌓인 생활습관의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습관을 탓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부터 조금씩 방향을 바꿔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챙기는 것들

무병장수라고 하면 거창한 결심이 먼저 떠오르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챙겨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작고 구체적인 습관에 가깝습니다.

30대부터 근육을 저축해두기

근감소는 30대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근육량을 유지하려면 이 시기부터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0~50대는 관절 노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주 3~4회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신체 근육의 60%는 하체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중년 이후에는 상체보다 기립근·엉덩이·허벅지 같은 코어와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근감소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일반 성인보다 많은 단백질(체중 1kg당 약 1.2g)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근육이 조금씩 빠지는 것을 느낄 때, 나이 탓이라며 그냥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일찍부터 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벌어지는 것 뿐입니다.

하루 7000보, 숫자보다 리듬을 챙기기

걷기만큼 접근하기 쉬운 운동도 드뭅니다. 그런데 하루에 몇 걸음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숫자를 제시합니다.

2025년 호주·영국·노르웨이 공동 연구팀이 논문 57건, 약 16만 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결과, 하루 2000보를 걷는 사람 대비 7000보를 걷는 사람의 조기 사망 위험이 47% 낮았습니다. 심혈관질환 위험은 25%, 당뇨병 위험은 14%, 치매 위험은 38%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대 의대의 2019년 연구(70세 이상 여성 약 1만 6천 명 대상)에서는 하루 평균 4,400보를 걷는 사람이 2,7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41% 낮았고, 7,500보 지점부터는 효과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매사추세츠대의 2021년 연구(중년층 2,110명, 10년 추적)에서는 하루 7,000보 이상 걷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그 미만인 사람보다 최대 60% 낮았는데, 1만 보 이상부터는 추가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숫자가 이렇게 제각각인 것을 보면, 정확히 몇 걸음이 정답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여러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1만 보를 반드시 채워야 한다”는 통념보다는, 7,000보 안팎을 하나의 합리적인 목표로 삼는 편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걸음 수만큼이나 걷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2025년 10월 호주 시드니대·스페인 유럽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영국 성인 3만 3천여 명, 9.5년 추적)에 따르면, 같은 걸음 수라도 짧게 여러 번 나눠 걷는 것보다 한 번에 10~15분 이상 연속으로 걷는 것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걷기 운동의 핵심은 단순한 이동량이 아니라 심박수 상승과 대사 자극에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됩니다.

건강수명

놓치지 않고 정기검진 받기

2025년 국가건강검진은 항목이 개편되고 검진 주기도 세분화됐습니다.

1969년생(56세)을 대상으로는 C형간염 항체 검사가 새로 도입됐습니다. 항체가 양성으로 나오면 HCV RNA 검사로 감염 여부를 진단하며, 비용은 국가가 지원합니다. C형간염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발견이 특히 중요한 질환으로 꼽힙니다.

청년층 정신건강 검진도 확대됐습니다. 20~34세는 2년마다, 35~39세는 해당 연령대에 1회, 40~79세는 10년 주기로 우울증·조기 정신증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 골다공증 검사 대상에는 60세가 추가되어, 54세·60세·66세에 총 3회 검사가 가능해졌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정상 기준도 100mg/dL 미만으로 더 엄격하게 조정되는 등 이상지질혈증 관리 기준이 강화됐습니다.

국가건강검진은 단순히 지금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라기보다, 심각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치료의 시작’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식사 순서를 지키기

작은 생활습관들이 쌓여 큰 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식사를 충분히 하고 저녁을 적게 먹는 식습관은 장수에 도움이 되며, 당뇨병·심혈관질환·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반대로 저녁에 고칼로리 식사를 하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2배 높다는 결과가 한 당뇨병 학회지 논문에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수면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진 사람은 암·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8% 더 낮다고 합니다.

항생제를 2개월 이상 장기 복용한 60세 이상 여성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49% 증가한다는 보도도 있어,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피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은퇴 이후의 생활도 건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은퇴 후 사회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유지하지 않는 사람은,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심혈관질환·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몸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 삶의 목적과 관계

지금까지는 몸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무병장수는 신체 건강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 러시대학교 알츠하이머 질환 센터의 패트리샤 보일 연구팀은 치매가 없는 고령자 2,558명을 대상으로 삶의 목적의식(purpose in life)과 알츠하이머 발병 시점, 사망 시점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이 연구는 삶의 목적의식이 높을수록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이 늦어지고 사망 시점도 늦어지는 경향과 관련된다는 가설을 검증한 것으로, 러시대학교의 장기 노화 추적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몸을 챙기는 일만큼이나,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사는지를 잃지 않는 일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은퇴 후 사회활동의 중요성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계와 목적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소홀해지기 쉽지만, 어쩌면 근력이나 걸음 수만큼이나 챙겨야 할 대상일 수 있습니다.

건강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

은퇴를 앞둔 한 회사원의 사례를 생각해볼게요. 예전 같으면 은퇴 후에는 씀씀이를 줄이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의 60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노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니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6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노년 소비가 절약 중심의 생존형이었다면, 지금의 60대는 건강·여행·교육 분야에 더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는 건강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며 스마트워치, 건강기능식품, 요가·헬스클럽 회원권 등에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50·60대는 소득이나 재산 못지않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행복의 필수 조건으로 꼽으며,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 젊게 느끼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건강관리 앱이나 AI 서비스 앱을 설치해 활용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을 ‘아프면 병원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관리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며

기대수명 83.7년, 건강수명 65.5년. 그 사이의 18년은 저절로 좁혀지는 격차는 아닙니다. 오히려 만성질환을 얼마나 관리하는지, 근육과 걸음을 얼마나 꾸준히 챙기는지, 정기검진을 얼마나 놓치지 않는지, 그리고 관계와 목적의식을 얼마나 붙들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격차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습관들을 챙긴다고 해서 질병을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30대부터 저축해둔 근육 하나, 하루 7,000보의 걸음 하나, 놓치지 않은 검진 하나하나가 그 18년의 무게를 조금씩은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은 결국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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